일상/3학년 그림일기

빠른 생일들도 억울하다.

lemoncoa 2012. 7. 26. 09:38



난 빠른 생일이다. 1월 생. 그래서 학교를 일찍 들어갔다.
요즘엔 선택적이라고 하지만 예전엔 거의 다 1,2월 생들은 학교를 일찍 들어갔다.

나이를 살며시 밝혀보자면, 빠른 83이다. 82년생들과 친구고, 난 명백한 01학번이다.


가끔, 특히나 미국에 와서 참 불편하다.

한국에서 친구먹는 사람들에게 "언니", "오빠"라고 해야 하고,

내가 동생들이라고 부르던 이들과 친구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우리 빠른 생일들도 억울하다. 우리가 머 1,2월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학교 일찍 가고 싶어서 갔나?

맨날 빠른이라고 말하면 그런게 어딨냐는둥 그냥 하라는 둥 먼 잔소리가 그렇게 많은지.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라. 친구 먹는 이들에게 언니라고 불러야 하고, 동생먹는 애들한테 반말이 듣고 싶은지.

우리도 헷갈린다.


내가 83년생으로서 이야기하면 어릴 적 친구들은 어린척한다고 완전 머라한다.

82년생으로서 이야기하면 빠른 83주제에 언니 대접 받겠다고 82년생이라고 뻥친다고 머라한다.

아 어쩌라고~~~~~~~~


언니 혹은 야자가 싫다기 보다 그런게 있다.

같은 나이에 같은 학년이었으면 1년차이여도 공감하는게 다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나왔던 것들이 83년생들에게는 초등학교 때 일이 되는거 아닌가.


작년까지만 해도 82년 생들한테 '언니'라고 부르는게 곧죽어도 싫었다.

83년생들과 야자하고 친구먹는건 자연스러워졌는데 그 호칭이 참 부르기가 싫었다.

이러면서 내가 족보를 다 꼬아놨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LA로 오면서 난 걍 83년생이 되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것도 가끔 웃기는 일이 생긴다. 빠른 생일 중에 본인은 꼭 그 년도 대로 살지 않겠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뚜둥. 83년생들과 친구먹는 빠른 84년생들.

가끔 빠른 84년생이 말을 놓는다. OTL


학교를 일찍 보내는 건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도 피해자다.


나이를 좀 더 먹으면 더더욱 나이가 상관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

근데 그렇게 생각한지 언 10년이 지나도록 난 나이를 말할 때마다 고민한다.

미국 애들은 참 편하겠다. 빠른이든 머든간에 호칭은 이름으로 통일되니까.


내 말의 포인트는 우리도 헷갈리고 난감하다는 거다.

빠른이라고 말하는 사람한테 "그런게 어딨어. 에~~~"라는 표현을 하면 난감하기도 하고,

내가 언니 혹은 누나 대접받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입장 바꿔서 한번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차라리 그냥 그런 표현말고 "그냥 년도로 친구하는거 어때?"라고 말하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