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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작복작 미국 살아내기

[STATUS] 미국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 1



요즘 나에게 마음과 시간과 생각을 많이 뺏는 것이 미국 체류 신분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한번 블로그에 올려볼까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내 포스팅 글을 읽고 공감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도 사실 미국에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크고 작은 일들의 연속이었고, 크고작은 선택들의 연속이었다.


위에 언급한 '신분'이란 단어를 내가 자연스럽게 쓰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신분'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상당히 불쾌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그런지 신분이라고 하면 조선시대에 양반과 노비를 구분짓는 느낌의 단어다.

그래서 불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단어가 그렇게 이민자를 비하하려고 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냥 status를 직역하자면 '신분'이란 단어가 된다. 이민자들에게는 status가 비자등의 체류문제에 관한 것으로 이해가 된다면, 미국인에게는 status가 그냥 사회적 지위라는 쪽의 의미를 많이 담고 있다.

그렇게 보면, 의미는 다르지만 status라는 것이 미국사람에게도 그리고 내 미국 삶의 참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민자인 나를 쉽게 표현하면 그냥 외국인 노동자다. ㅋㅋㅋ


일단 나는 J1 visa로 미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런저런 일들에 한번 회사를 옮겨야 할 일이 생겼는데 그때 마침 취직하기 전에 상담했었던 J1visa 에이전시에서 나에게 딱 맞는 회사가 있다면서 연락을 해왔다.

그때는 그냥 잠시 1년 반정도 즐기다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했다.

비자기간이 1년 6개월이었기 때문에 경력으로 사용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기간이고, 돈을 벌면서 즐기기에도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회사를 결정하고, 비자도 쉽게 받았다.

결정하고 미국에 오는데 2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J1visa가 상당히 비싸다. 그때 한참 직장생활을 하고 여러상황들에 공돈(?)이 생기지 않았으면,

올 엄두도 못냈을 거다.


암튼 그렇게 미국에 도착해서 미국 외국인 노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지내다보니 미국 생활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신분이 되니 소셜카드도 나오고, 차도 살 수 있고, 크레딧 카드도 만들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했던 가락이 있어서 사실 미국에서 일하는 정도의 양은 사실 우스웠다.

퇴근시간이 5시 30분이었는데 정말 딱 그 시간에 집에 보내줬다.

처음엔 그게 적응이 안되서 10분 정도를 더 앉아있었더니 사장님이 퇴근안하냐며 채근하셔서 등떠밀려 퇴근을 했다.

점점 이런 것들이 참 좋았다.


J1비자로 일했던 곳은 맨하탄 바로 옆에 있는 뉴저지였다.

그곳은 참 살기도 좋다. 자연도 좋고, 맘먹으면 세계에서 꼽히는 대도시 맨하탄에도 언제든 나갈 수 있다. 



자연이 좋고, 운전하는게 좋고 돈도 아주 넉넉하진 않았지만 한국 회사에서 주는 돈 언저리만큼 받았다.

(나름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녔었다.) 내가 한국에서 했던 일은 HR/Development 쪽이었고, 미국에 와서는 Headhunting관련된 일을 했었다.

그렇게 욕심이 한참 생겼다. 그래서 미국에서 더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회사에서 취업스폰을 해줘서 비자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 당시 우리 사장님은 그걸 해주지 않으려고 J1visa로 직원을 고용하시는 분이었다.


그 래서 사장님 몰래 취업 스폰이 가능한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면접도 좀 보고 했는데 마침 내가 하던 일이었고, 취업스폰도 바로 진행하자고 해서 덥석 그걸 물었다. 사장님께는 죄송했지만 공부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그 사이 비자가 뜰 수도 있어서 사장님께 학생비자로 바꾸는 동안 잠시만 스폰서기관에 비밀로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흔쾌히 승낙해주신 사장님 덕분에 회사도 옮기고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지만 난 그때 그 일로 취업사기란 걸 당했다.


취 업비자를 해준다고 했던 그 회사는 나름 작지 않은 회사였는데 비자가 필요한 불쌍한 학생들을 데려다가 10시간 넘게 일시키고 월급대신 커미션 베이스로 한다면서 한달에 1000불도 안주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회사였다. 헤드헌팅 회사였는데 한달여를 달달 볶이며 무슨 콜센터도 아니고 사이트에 올라온 레쥬메를 보고 하루에 100명씩한테 전화를 걸어서 적어도 10명 이상 pre interview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밤 10시까지 매일 일하고 그 달에 받은 돈에 950불이다.


결국 난 그만뒀다. 그렇게 대우 받을 만큼 미국이 좋진 않았다. 돌아갈 곳이 있고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 곳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봤다. 그땐 참 치열한 고민이었다.

아마 나랑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경유로 오게 된 사람들은 이 시기쯤 비슷한 고민들을 했을 것이다. 

나는 25살이 넘어서 미국에 왔고,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약 2년정도 하고 미국에 왔다.

내가 이민자로 보자면 이민 1세다.


공감할 그 고민. "미국에 남아야하나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나."

참 치열하게도 고민했고 아프게도 고민했다. 나를 받아주지 않고 밀어내는 것 처럼 느껴지는 미국에서 나혼자 버텨낼 수 있을까? 괜한 자존심도 상하고. 그렇다고 한국으로 돌아가기엔 미국이 좋고. 또 다시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했다.


그땐 돌아가도 후회. 남아도 후회.


난 그때 남기로 마음 먹었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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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그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참 디테일한 감정까지 떠오른다.

첫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어본다.

그 다음이야기가 이어지기엔 양이 너무 많다. ^^

2009년부터 시작된 나의 미국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