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12화 _ 많은 역할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따뜻했다. 이건 분명히 배신이다. 미국에 혼자 떨어져 있다보니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고, 내 편인 한사람이 참 귀하다. 그게 남자가 되었든 동성 친구건 친한 언니, 동생이든. 그러다보니 한사람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하고는 상황이 조금 바뀌면 모든 걸 잃은 것 마냥 아파한다. 친한 내 편인 친구가 내 부모님이고, 형제, 자매이자 친한 친구, 멘토, 가끔은 남자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한사람에게 주었을 때 얼마나 스포일되는지 깨달았다. 내가 만약 남자친구에게 많은 역..